호주 등에서 새 화석 증거 속속 나타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기원은 어디일까. 40여년 전 만 해도 아프리카 기원설은 움직일 수 없는 정설로 여겨졌지만, 이 부동의 이론에 흠집을 내는 논문들은 수시로 발표되고 있다.

사이언스(Science) 12월 8일에도 역시 호주와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에서 나온 자료들이 아프리카 인류기원설을 뒤흔들고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인류기원의 역사는 단일모델이 아니며 훨씬 복잡하다.

하와이대학의 크리스토퍼 배 (Chiristopher Bae) 교수 연구팀은 아시아와 호주에서의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지역에서 약 20만년 전 현생인류가 나타나 전세계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서유럽에 도착한 현생 인류는 약 4만 년 전부터 복잡한 언어능력을 갖게 되면서 창조적인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인지적 기술적 진보를 이룬 사람들이 네안데르탈인들을 압도하면서 지구 전체를 정복했다는 것이 전통적인 인류기원설이다.

현생 인류의 확산 생각보다 매우 복잡  

그러나 새로운 증거들은 인간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화석에 대한 새로운 분석은 현생 인류 조상의 역사를 약 31만 년 전까지 올려놓고 있다. 지난 6월 네이처(Nature)지는 모로코 제벨 이루드(Jebel Irhoud)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이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사하라 사막 이남이 아닌 곳에서 이미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가 살았다고 주장했다.

호주와 호주 인근 지역은 인간의 역사를 다시 쓰는데 있어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Homo floresiensis)는 이 지역에서의 인간의 이야기가 어땠는지에 대한 우리들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줬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 동쪽 플로레스 섬에서 2003년에 발견된 새 화석으로, 약 9만 5000년~1만 8000년 사이에 현생인류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 약 1m, 뇌용량 약 380ml인 이 ‘플로레스의 인간’은 먹을 것이 부족해서 덩치가 작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뇌용량이 침팬지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과거 자바 섬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에서 분화된 것으로 추정되며, 1만 8000년 전까지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으리라 여겨지고 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호모 이렉투스의 난쟁이들인지, 혹은 더 오랜 인류의 후손인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것은 최근에 발견된 다양한 인공물에 대한 것들이다. 남부동아시아의 섬에서 발견되는 인공물들은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연결된 것으로, 화려한 가공능력이 아프리카와 유럽만의 전용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술라웨시와 동티모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돌 예술이 발견됐을 뿐 아니라 광범위한 보석과 다른 예술적 작품들이 발견됐다. 이같이 풍부한 인공물 뿐 아니라, 현생 인류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심해어업 같이 복잡한 전략을 구사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들이 깊은 바다에 대한 지식과 위험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호주 역시 인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확인된 발견에 의해, 이 넓은 남부 대륙에서 첫 번째로 개간이 일어났던 시점은 대략 6만5천 년 전으로 올라갔다.

호주에서 발견된 돌도끼 조각 ⓒ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갈아서 날카롭게 날을 세운 도끼가 호주 서부 킴벌리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2016년에 호주 연구팀이 발표했다. 이 돌조각은 1990년대에 처음 발견된 것인데, 연구팀은 이번에 그 조각이 도끼의 돌조각임을 밝힌 것이다. 이 돌도끼 조각은 4만5천 년에서 4만9천 년 전에 제작된 것이다.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 수정해야    

호주에서 새롭고 놀라운 발견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진화의 초점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좀 더 동쪽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나타나 전 세계로 흩어졌다는 단일 확산모델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됐다는 모델과 대립를 이루고 있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유럽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이론 역시 아시아 남부에서도 생겼을 것이라는 이론과 대립하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나타나 유라시아를 통해서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에 있는 원주민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이론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사이언스는 결론을 내렸다.

전통적으로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도구를 사용하느냐 마느냐로 구분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영장류 동물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은 물론이고, 까마귀 같은 새 등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흔들리는 인류의 단일 기원설과 함께 어디까지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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